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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23 온전한 나의 시간 (1)
Eddie Higgins Trio, Blame It on My Youth


하루에 3번은 온전한 나의 시간이 온다.

잠들지 얼마 안되어 아침에 희미하게 정신이 잠깐 들 무렵.
가족들은 바쁘게 학교갈준비, 출근 준비로 바쁘다.
스물다섯 백수가 그럴 때 할 수 있는 일이란
새벽까지 깊은 공부와 씨름하다 잠든 척 영어책 전공책을 펼쳐놓고
고이 누워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한시간 쯤. 분주한 준비가 끝나고 잠이 들었다 깨어났다를 반복하다 8시가 조금 넘으면
그때부터 점심지나 오후입구까진 온전한 나의 시간 일번.

꼬마 동생들이 학교에서 땀을 뻘뻘흘리고 돌아와
하루일과를 재잘재잘 보고하고
과자를 먹으며 왜 재미있게 보고 있는 TV보다 숙제가 우선이냐며
떼를 쓰고
서둘러 학원가방을 메고 학원 버스가 오는 아파트 입구로 뛰어나간 후엔
온전한 나의 시간 이번.
동생들이 벗어놓고 간 빨래와 스팀청소기질,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처리,
간단한 장보기, 담배 사두기, 커피 타마시기, 방청소, 음악 듣기, 책읽기 등등을 마친다.
다분히 가족적인 일들이 겹쳐있어 온전하진 않지만 혼자 있으니 이것도 나의 시간.
그래서 온전하다고 말하는 두번째.

저녁이 되어 모두들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동생들의 숙제를 봐주고 이모의 방통대 공부를 조금 도와주고
내 공부를 하고 친구와 전화하기도 하고 꾸벅꾸벅 졸기도 하다보면
12시가 되고
이제부터 온전한 나의 시간 세번째.

아직 잠자리에 들려면 몇시간이 남았으니까, 라는 핑게로 혼자 야식을 먹기도 하고
오늘처럼 비가오면 음악을 들으면서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기도 하고
멀쩡히 잘 있는 노트북이 왜이렇게 시끄럽냐며 맥북에어 가격을 알아보기도 하고
요즘은 빨리 읽히지도 않는 책 몇권을 장바구니에 담기도 하고.
학원 강의나 들어볼까 싶어 개강일자를 체크하기도 하고.
일하지도 않을거면서 나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 학교자리가 얼마나 있나 알아보며
스스로 나의 존재를 뿌듯해 하기도 한다.
물론, 놀고 있다는 자책감과 알 수 없는 책임감에 불타기도 하고
고향에서 하루종일 고생하시고 이제 곤히 주무실 부모님에 대한 죄송한 마음, 그리고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의지도 잠깐.
왠지 보고 싶었지만 놓쳐버린 쇼프로도 다운받고
미국드라마의 자막을 꺼버리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2편정도 본 다음
남자 주인공의 대사를 따라해보기도 한다.

현실도피하느라 하루종일 바빴던 나에게 휴식을 준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잠보다 달콤한
오늘의 완전한 나의 세번째 시간.

내일 또 가지겠지만 아쉬워.


  1. jennifer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전 공감인데요 :)

    2008/04/25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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